화병이란 억울하거나 화가 나는 일을 당했을 때 이것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이면서 결국 심리적, 신체적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이할만한 점은 화병 증상이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고유의 병이라는 것인데요. 그래서 외국에서는 '한국의 문화연계증후군'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구체적은 증상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치료법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수백 년 동안 유교 문화권이었고 지금도 그 관습이 상당수 남아 있습니다. 유교에서는 화가 나더라도 이를 참고 인내하는 것을 덕으로 삼습니다. 그렇다 보니 분노라는 감정이 제대로 표출되기 어렵고 결국 이것이 병이 되는 것입니다. 의학계에서는 화병을 신체적 이상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특히 화병 증상은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병하는데요. 아무래도 유교권에서는 여성에게 더 많은 인내와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유교에서는 남성 역시 가장으로서 막대한 책임감이 부여되기 때문에 이것이 화병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사도제사의 부인이었던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는 남편의 병세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요. 사도세자가 화증을 앓아 무분별하게 사람들을 해친다는 내용입니다. 아래 항목은 대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증세를 간략히 정리한 것이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화병 증상을 앓는 환자들에게 직접 증세를 청취해 보면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데요. 복부에 덩어리 같은 것이 느껴지고, 이것이 위로 올라오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통 하는 표현으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누적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울한 상태가 이어지지만 나중에는 이것이 두통이나 어지럼증, 소화불량 등과 같은 신체적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치료법 역시 몸과 마음, 즉 심신의 치유가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크게 약물요법과 정신치료 두 가지를 병행하게 됩니다. 약물은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약을 먹는다고 바로 낫는 것은 아니며 수주 이상 복용해야 서서히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증세가 크게 호전되기까지는 수개월 이상 계속 복용해야 할 수 있습니다.
또 화병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심리요법 역시 중요한데요. 초점은 환자 스스로 분노라는 감정을 다스리고 컨트롤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의 대처법이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스리는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화가 날 때 이것을 참는 것도 병이 되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하고 밖으로 표출하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자칫 대인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요. 상대방에게 화가 나는 일이 생겼을 때는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두통이나 가슴 답답함, 수면장애, 소화불량 등의 신체적 화병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를 혼자서 감내하려고 하지 말고 꼭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치료만 잘 받으면 대개의 경우 3~6개월 이내에 증세가 나아질 수 있습니다.
반면 이를 오래 방치할 경우 상태가 점차 나빠지면서 나중에는 뇌 기능마저 떨어지게 되는데요. 즉 기억력이 감퇴하면서 건망증이 심해지고 사고력과 집중력도 저하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화병 증상 때문에 술에 의존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술은 일시적으로는 괴로운 상태를 잊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이건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며, 오히려 증세만 더욱 악화시키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때문에 꼭 전문적인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으며, 이와 함께 환자 스스로도 올바르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는데요. 이를 위해 명상이나 요가를 하거나 또는 조깅, 수영, 자전거, 등산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야외에서 햇빛을 받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 좋은데요. 햇빛을 받으면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증세를 완화시키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분이 울적하거나 화가 난다고 해서 집안에만 있기보다는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화병 증상 및 치료법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중요한 것은 혼자서 이를 극복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번쯤은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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